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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십이국기 39화 - 경왕 요코의 초칙



요코
  모두, 일어서도록!

케이키
  주상...!

요코
  케이키도 들어줬으면 해. 난 다른 사람에게 절을 받거나 사람 사이에 서열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건 싫어. 다른 사람에게 고두받는 것도, 고두하는 걸 보는 것도 불쾌해. 

케이키
  기다려주십시오!

요코
  이 이후에 예전, 제전 및 제반규칙이 있는 의식, 타국의 빈객을 맞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례를 폐지하며, 궤례, 입례만으로 한다!

케이키
  주상!

요코
  벌써 결심했어.

케이키
  업신여김 당한다고 분노하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요코
  타인에게 머리를 숙이게 함으로써, 그걸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 못하는 자들따위, 내가 알 바 아니야. 그것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숙일 때마다 망가져가는 사람 쪽이 더 큰 문제라고, 나는 생각해. 
  사람은 말야, 케이키. 진실로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마음으로부터 존경심을 느꼈을 때는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거야. 타인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추고 대한다. 그런 건 당연한 일이고, 하든 안 하든 본인의 품성 문제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소리야.

케이키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요코
  나는 경국 모든 백성이 왕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지위로 예의를 강요하고 타인을 짓밟는데 익숙해진 자의 말로는 쇼코우, 가호우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명확하겠지. 그리고 짓밟히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가는 길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은 그 누구의 노예도 아니야. 그러기 위해 태어나는 게 아니야. 타인에게 핍박받아도 굴하지 않는 마음, 불행과 마주해도 꺾이는 일이 없는 마음, 부정이 있으면 바로 잡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짐승하게 아첨하지 않는, 나는 경의 백성이 그런 자유로운 백성이 되어주길 바란다. '자기 자신'이라는 영토를 통치하는 유일무이한 군주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선 타인 앞에서 의연히 고개를 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제관들은 나에게 경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느냐고 물었다. 이것으로 대답이 될까.
  그 증거로서 복례를 폐한다! 이것을 초칙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