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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정신/밑줄긋기

자유론

자유론

지은이. 존 스튜어트 밀

옮긴이. 서병훈

책세상

2005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한다면 그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것이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의견이 본인에게는 모를까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고 따라서 그 억압이 그저 사적으로 한정된 침해일 뿐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억압을 받는 사람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억압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행위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게까지-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사람에게까지-강도질을 하는 것과 같은 악을 저지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그러한 행위는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킴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이 두 측면에는 각각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으므로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의견을 폐기시키고자 할 때, 우리는 결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비록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있더라도 그것을 억누르는 것은 여전히 옳지 못하다.(p.42)


인간은 토론과 경험에 힘입어 자신의 과오를 고칠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경험을 올바르게 해석하자면 토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잘못된 생각과 관행은 사실과 논쟁 앞에서 점차 그 힘을 잃게 된다.(P.48)


인간 지성의 본질에 비추어볼 때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 생각에 적어도 명확하게 맞설 수 있는 모든 의견들에 대해 소상하게 잘 파악하고 이런저런 반박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즉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피하기보다 그것을 자청해 나서고,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수많은 비판을 봉쇄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른 어떤 사람이나 다중(多衆)보다도 자신의 판단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만하다.(p.49)


세상의 진리 가운데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참뜻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이 많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찬반토론을 벌이고 모르는 사람들도 이것을 경청했더라면 그 뜻을 더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된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사안이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하다면서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악습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절반은 그런 버릇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어떤 작가는 "확정된 결론은 깊은 잠에 빠진다"고 말했는데, 정말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고 하겠다.(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