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숫기가 없는 편이라, 고만고만 주위에 묻어가는 성격이다. 그런 내가 어쩌다 그런 돌출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주위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정말 그것 때문이었을까?
오늘 아침, 서둘러 노무현 전대통령을 만나러 봉하마을로 갔다. 봉하마을에 다다를 쯤, 도로 저편 논길에 자전거가 몇 대 보이고, 그리고 사람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보자 직감적으로 노대통령이라는 걸 알았다. 며칠 전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노대통령이 친환경적인 오리농법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친구분의 논에 시험 적용하시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대의 자전거를 보는 순간, 저 논이 그 논인가 보다는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던 것이다.
임시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주위를 살피니, 대통령이 논에 갔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좀 있다가 아까 봤던 바로 그 논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대통령이 올라오는게 보였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사저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사저로 올라가는 길목에 서서 대통령을 기다렸다.
와우, 내 생전 그렇게 가까이서 대통령의 모습을 뵌 적도 말소리를 들은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이서 대통령을 뵐 수 있을 거라고는 봉하마을에 올 때까지도 생각지 못했다.
좋아하는 분을 뵌다는 반가움이 아주 컸던 것일까? 난 그만 나도 모르게 대통령을 향해 반갑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해 버렸던 것이다. 꽤 큰 목소리라 스스로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 난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께서 네, 안녕하세요, 라고 웃으면서 대답해주셨다.
순간 황홀, 와우~~
어떻게 이런 일이...^ㅇ^
그리고 그 말을 들었던 우리 가족 모두들 기뻐하며, 나중에 내가 제일 횡재했다고 얘기해줬다. 후후 *^^*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사람도 무지 많았고, 어린이도 무척 많았다. 평소엔 짧게 연설하신다는 노대통령도 오늘은 교육(정책)에 관해 꽤 길게 이야기하셨다. 그러나 앰프상태와 주위의 소란스러움에 대통령의 말씀이 귀에 팍팍 꽂히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주의깊게 들었고 맘 깊이 기억하는 건 어느 한 방문객의 질문에 노대통령이 대답하신 말씀인데, 질문이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진보로 가든, 보수로 가든, 자기가 가는 방향을 잘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는 거와 그리고 깨달은 시민이 관심을 기울이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는 말씀이었다. 이 말을 듣자 가슴 뭉클, 난 다시 한 번 내가 가야 할 길을 느껴버렸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시는 대통령, 어쩌면 난, 내 생애 이런 대통령을 알게 된 걸 평생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걸, 봉하마을을 다녀온 뒤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불과 일년 전인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