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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커트 보네거트의 제5 도살장

제5도살장 - 8점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아이필드

빌리의 사무실 벽에는 기도문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기도문은 생에 대한 열정이 없음에도 그런 대로 살아가게 해 주는 방법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기도문을 본 많은 환자들은 빌리에게 그 기도가 자기들이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도문은 이랬다.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과거, 현재, 미래도 빌리 필그림이 바꿀 수 없는 것에 속했다.(pp.76-77)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오늘 드디어 읽었습니다.
사실『제5 도살장』은 이 책 어딘가에 있는 이 구절을 보기 위해 읽은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다른 책에서 이 구절을 인용한 것을 봤는데, 처음 보자마자 가슴에 콱 박혀서, 이 구절이 나온 원문을 꼭 보고 싶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읽었네요.

근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 말이 나온 장면이 그리 극적인 장면은 아니네요. 전 사실 조금은 웅변적인 장면을 상상했었거던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빌리는 전쟁을 바꾸지 못하는 것,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여긴 걸까요? 어째 조금은 처연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