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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라크리모사 - 8점
윤현승 지음/로크미디어

루카르도는 한동안 전등을 침대에 비춘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베개를 베고 누운 누군가의 뒤통수가 보였다. 몸은 하얀 이불로 가려져 있어 그저 남자의 몸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금발이었고 이불 밖으로 드러난 어깨는 피부 밖으로 뼈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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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본 남자의 외모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델? 영화배우? 이미 그런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만약 루카르도가 여자였다면 보는 순간 얼어붙어 영혼을 빼앗겨 버렸을 만한 그런 외모였다. 자다 일어난 얼굴을 손전등 불빛으로 비춰 봐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머리를 빗고 옷을 차려입고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 선다면 과연 어떤 여자가 저 얼굴에 저항할 수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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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웠는데도 한마디 한마디가 설득력으로 넘쳐 나고 있었다. 루카르도는 전등을 겨냥한 것만으로 죄책감에 시달렸다. 심지어 이대로 나가서 죽으라고 명령했다면 자살을 생각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금방 용기를 되찾았다.(pp.150~153)

남자의 외모는 정말 내 취향, 진짜 이런 남자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이 남자의 외모 묘사를 읽으면서, 잠깐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었을 때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렸다. 그 때의 레오도 진짜 곱상했는데...
가만 그러고 보니 남자와 레오, 이름도 비슷하다.
한쪽은 레오나르, 한쪽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혹시 레오나르라는 이름은 미모를 뜻하는 명사?

하여튼 큰일이다. 잘생긴 외모에 쉽게 반하는 난, 조금 문제있는 듯.ㅡㅜ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레오나르에게 무감하다는거다.
역시 너무 아름다운 것은 주의해야 한다.

사실 이 책에서 제일 공감이 갔던 구절은 이거다.

"나한테 성당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크리스마스 때뿐이야."
"선물 줘서요?"
"아니. 반짝거리잖아."(p.92)

라크리모사, 제목은 눈물의 날인데, 병아리 눈물도 흘리지 않았던 내게 이 책은 별 세 개는 아쉽고 별 네 개는 과한 그런 느낌의 책이다.
끝이 어째 좀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