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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정신/밑줄긋기

헤르만 헤세의 『헤르만 헤서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출판사
뜨인돌출판사 | 2006-10-2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싯다르타』로 유명한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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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한 바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간결한 형태로 형상화하는 습관은 진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상당히 유익합니다.(p.58)


보통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자신의 영혼 사이에 보초병, 즉 의식, 도덕률 같은 치안당국을 하나씩 세워두어, 그 영혼의 심연에서 나오는 것을 직접 대면하는 대신 늘 먼저 이런 장치들의 검열을 거친다. 반면에 예술가들은 영혼의 영역보다는 오히려 이들 경비초소에 끊임없이 불신의 눈길을 보낸다. 시인은 마치 두 집 살림 하듯 이편과 저편,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남몰래 넘나든다.(p.104)


올바른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존재와 사고방식을 접해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를 친구로 삼는 것을 뜻한다. 특히나 문학작품을 읽노라면 비단 몇몇 인물과 사건들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작가의 방신과 기질, 내면의 풍경, 나아가 작풍이나 예술적 기법, 사고와 언어의 리듬까지 접하게 된다. 한 권의 책에 사로잡힐 때, 작가를 알고 이해하기 시작해 그와 모종의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그 책은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p.107)


그러나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도야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데는 오히려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그저 시간이나 때우려고 읽는 사람은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읽고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니, 읽기 전이나 후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빈곤할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들은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읽는 것은 흘러가거나 소실되지 않고, 그의 곁에 남고 그의 일부가 되어, 깊은 우정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리라.(p.109)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택해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타인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그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인류의 삶과 맥, 아니 그 총체와 더불어 활발하게 공명하는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 삶이 그저 최소한의 생리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닐진대,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의미다. 독서로 정신을 '풀어놓기'보다는 오히려 집중해야 하며, 허탄한 삶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거짓 위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독서는 우리 삶에 더 높고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