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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정신/밑줄긋기

정희진의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처럼 읽기

저자
정희진 지음
출판사
교양인 | 2014-10-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책은 나를 이룬다.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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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하는 이들을 질식시키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을 매우 싫어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가 가장 문제적인 사회다. 모난 돌들이 둥글어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모난 돌들의 대화가 가능한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다.(pp.21,22)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책은 피사체(被/寫體)를 내가 모르는 위치에서 찍은 것이다. 하늘 위에서가 아니라 건물 옆에서, 지하에서, 건물 뒤에서, 아주 멀리서. 혹은 나와 완전히 다른 배경에 있는 사람이 찍은 것이다.(p.23)


내가 습득한 책 읽기 습관을 요약해본다.
1. 눈을 감아야 보인다(in/sight)
2.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기존의 인식을 잠시 유보하라(판단 정지. epoche).
3. 한계와 관점은 언어와 사유의 본질적인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다.
4. 인식이란 결국 자기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나의 시각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5.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
6. 선택 밖에서 선택하라.
7. 궤도 밖에서 사유해야 궤도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8. 대중적인 책은 나를 소외시킨다.
9. 독서는 읽기라기 보다 생각하는 노동이다.(p.24)


사회가 어디까지를 국토로 상정하고 누구를 구성원으로 상정하는가. 이 유동성 때문에 누구든 언제든 국민에서 배제(포함)될 수 있다.(p.60)


한날한시 대량학살, 집집마다 제삿날이 같다. 마을 고구마밭에서 총살당하고 밭에 안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다 "이마빡을 쪼사" 도륙당한 시신이 썩어 거름이 된 덕에, 고구마 농사만 잘되어 크기가 베개만 했다. 그해가 흉년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부모 형제의 다른 모습인 그 고구마를 먹지못했다.(pp.61~62)


타자화는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정의하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다.(p70)


안락사를 생명의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야말로 살이 있는 생명을 무시하는 태도다.(p.82)


평화 혹은 민주주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얼룩진' 옷을 벗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p.88)


주변이 주변인 것은 상황이 변했는데도 자기를 억압하는 기존의 위계를 스스로 고수하기 때문이다.(p.241)


'답'은 의미를 추구하는 방식에 있다. 의미는 기존에 주어진 가치에 의한(by) 것이 아니다. 찾아야 할 대상이다. 그것도 중단 없이 찾아 헤매야 한다.(p.250)


이해(理解)는 읽는 이의 이해(利害) 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니 이해는 난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영역이다.(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