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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대전여행] 계족산 황톳길은 맨발로~~

일시 : 2015.4.18.토
누구랑 : B랑

저 계족산 갔다 왔어요.
계족산요? 
네, 산의 모양새가 닭발이 뻗어있는 것과 닮았다고 산이름을 그렇게 부른대요.
근데 거긴 어인 일로요?
맨발로 걸을 수 있다 해서 갔다 왔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땅이 말라서 맨발로 걷기엔 발이 조금 아팠어요.

내가 계족산에 혹한 건, 맨발로 황톳길을 걸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부터였다.
그 당시 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상태라,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줄 산의 정기가 아주 필요했다.
그러나 가고 싶다해서 당장 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닌지라...

길을 걸었다.
누군가 내 곁에 있었고, 그는 B였다.
내게 B는 바람을 벗 삼아 떠도는 방랑객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그에게선 늘 바람 냄새가 난다.
난 종종 그 바람을 내게도 묻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섯 번을 제안받으면 한 번 응할까 말까 한 나와 달리,
B는 늘 한 번에 OK.
그래서 난 그에게 말했다.
황톳길이래, 맨발로 걷는대.
가 보지 않을래?
내 예상을 거스르지 않고 B는 망설임없이 한번에 응했다.

가는 김에 대전구장에서 야구도 보자.
NC경기 있는 날 어때, 괜찮지?

하루에 다 가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계족산, 대전구장.

계족산 가는 길은 쉽다.
74번만 잘 오면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애를 먹이는 건 74번

대전복합터미널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선샤인 호텔 앞 정류장으로 간다(맞은 편 아님. 절대 안됨).
급행 2번을 타고 와동 현대아파트에서 내린다.
그리고 여기서 74번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 시내버스가 애를 먹인다.
외곽을 도는 버스라 1시간에 한 대?

우리는 1시간을 기다리다 결국은 와동 현대아파트에서 장동산림욕장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비는 4,100원(근데 기사아저씨가 100원 깎아주셨다. 고맙습니다.^^)



사실 계족산 둘레길을 다 걷고 싶었지만, 시간이 벌써 정오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고,
오후 일정도 있던 터라, 우리는 장동산림욕장에서 계족산성까지만 갔다 다시 내려오기로 했다.



나무와 꽃들 사이를 지나 산을 오르면 저 멀리 대청호가 보인다.
그리고



계족산성 도착.
날씨가 화창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
흐린 날씨속의 계족산성은 어딘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황량하고 거친.

이 산을 좀 더 걷고 싶은 바람이 컸지만, 또다른 일정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B와 난 계족산성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내려올 땐, 올라갈 때는 시도하지 못한 맨발 걷기 단행.

4월이라 그런지 여름의 메말랐다던 황토와 달리, 촉촉한 황토 유지.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발을 땅에 내리자,
차가움이 찡하고 올라오는데 뼛속이 시원하다 못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계족산은 황톳길 걷기가 장려되는 곳이라 곳곳에 발 씻을 곳도 있으니,
발 씻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발에 물든 황토물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점심은 열무국수가 맛있다는 장동게스트하우스에서 먹기로 했으나,
그 곳이 전화를 받지 않아, 장사를 하는 지 안하는 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패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74번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에는 그다지 오래지 않아, 버스가 왔다.

74번 버스를 타고 와동 현대아파트 맞은편에 내려 급행 2번을 기다렸다.
그렇다, 급행2번은 우리를 계족산으로, 대전구장으로 데려다 주는 버스였던 거다.

버스 안에서 한화 이글스의 인기를 실감하며, 우리는 대전구장에 갔다.



난 마산구장만 가다 다른 구장은 처음 가 본 거였는데, 역시 타팀의 홈구장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김태균이 몸에 공을 맞자 흥분한 팬들의 야유는 내가 적진의 한복판에 있음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았을텐데, 분명 내가 집에 가는 버스 때문에 야구장을 나올 때만 해도 이기고 있었는데...(눈물 찡 ㅡㅜ)

대전구장은 먹거리가 많았다.
메뉴가 다양하고, 마산구장과는 달리 먹을 거 사러 3루에서 1루 가기도 편했다.
난 이번에는 야신고르케(1루에 위치하고 있음)랑 맥주만 사 마셨는데,
만일 다음에 갈 일이 있으면 매운순대볶음이랑 떡볶이를 사 먹어볼까 한다.
다른 사람들이 사 들고 오는 거 보면서 입맛은 무지 다셨는데, 배가 불러서 사 먹을 엄두는 내지 못했던거다.
다음에 가면, 기.필.코 먹고 말테다.

좋기도 했지만 일정이 짧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던 대전.

다음에 대전에 가면 대청호반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게, 좀 더 돈과 시간과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힐링 잘하고 왔으니 좀 더 힘내자, 홧팅.
그리고 언제든 내 여행에 동행해준다는 친구 B, 정말 고마워.

참, 대전구장 근처에 있는 가게 한밭돈까스 강추다.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
배고픈 야구팬들에게 정말 아주 딱인 곳이다.



사진 출처 : B의 휴대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