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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에쿠니 가오리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예를 들면,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일렁이는 듯한 느낌. 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고스케 씨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슬프다느니 외롭다느니, 그런게 아니라 좀더 힘이 드는 무언가로. 실제로 어딜 가든 고스케씨를 끌고 다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p.70, 「선잠」)

고스케씨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실제로 어딜 가든 고스케씨를 끌고 다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그래, 누군가와 함께 했다가 홀로 되면, 아마 이렇게 되겠지. 뭘 하든 예전에 둘이 함께 했던 게 생각나겠지, 하고 크게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감정 묘사를 참 잘한 것 같다고 내심 고개도 끄덕끄덕.

유부남 애인과의 불륜, 고등학생 보이프렌드과의 성관계... 내가 저어하기 짝이 없는 소재인데, 잘 읽는 것 보면, 이런 소재에 나도 많이 익숙해졌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거부감이 덜한 거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