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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상록수, 오늘 하루




1.
이번주는 날씨가 정말 안좋았다. 비도 너무 많이 내리고, 어제는 태풍이 온 것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그래서 나름 걱정을 많이 했다. 오늘이 49재인데, 비가 오면 안되는데 하고.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서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이 맑아서 안심이 되어,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2.
점심시간, 라디오가 켜진 식당에 내려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먹었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상록수가 흘러 나왔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목이 왈칵 메였다.
눈물은 두 눈에 힘을 꽉 줘서 참았지만, 먹고 있던 밥은 삼킬 수가 없었다. 물 한 컵을 마셔 겨우 삼키고, 한참을 밥을 먹지 못하고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 분이 안계시다는게.
지금이라도 봉하마을에 가면 그 분을 뵐 수 있을 것 같은데...

3.
내 자리에 앉아, 전자사전을 켜서 저장시켜 놓은 그 분의 추모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았다.
상록수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그 분의 육성도 함께 흘러 나왔다.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납니다.
성별, 학력, 지역의 차별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세상,
어느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어느 꿈은 아직 땀을 더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느새 흘러 내리는 눈물, 콧물을 참지 않았다.

4.
난 항상 때를 맞추지 못한다.
그 분에게 힘을 보태드려야 했을 때는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이었고, 그 분을 잃고 나서야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다.
늘 반복되는 어리석음과 후회.

5.
오늘은 정말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사용했다. 시간을 죽이지 않게 조심하면서.
내일도 그렇게 살거고, 이제 매일 그렇게 살거다.

6.
존경하는 나의 노무현 대통령님,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영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