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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그건 사랑이었어

『트루 블러드』를 보면 동성애 관련된 소재가 많이 쓰이기에 조금 놀랐어요. 왜냐하면 미국은 이런 소재를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되었나보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고 감독인 알란 볼이 동성애자라고 하더군요. 아마 자신의 관심 분야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편견이나 차별 등에 대해서 말이죠.

동성애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작품은 아마 헤르만 헷세의 『수레바퀴 밑에서』였을 거예요.
그러니깐 그게 어린 시절에 봤던 만화잡지에서 이 작품이 만화로 연재되었는데, 남학교에 기숙사생이면 사춘기 소녀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만 하잖아요.
거기다 주인공이 남자 친구에게 키스 당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진짜 충격이었죠. 아~ 아아~~ 아아아~~~ 아마 이랬을 거예요.
전 지금도 그 장면 하나만은 주인공들의 생김새며 배경묘사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ㅠㅠ

그 후, 『데미안』을 읽었는데, 『데미안』도 좀 그랬어요.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좋아하는 게, 이제는 다들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멘토라고 설명하고, 저도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그래도 처음 읽을 때는 이거 사랑이지, 이건 사랑인거야, 이러고 있었어요.
동경과 사랑은 거울의 앞면과 뒷면이라고 혼자 납득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는데, 나르치스가 골드문트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고는, 정말 띵~ 계시와 같은 번뜩임과 함께 침을 꼴깍 삼켰더랬죠.
그래 이거야 말로 사랑인거야, 혼자 방방 뜨면서, 헤르만 헤세의 작품에는 은근 동성애적 요소가 많아 라면서 혼자 결론내리기까지 했죠.^^;;
아직까지 그때 느꼈던 그 강렬한 흥분을 잊을 수가 없네요.ㅠㅠ

위의 작품들은 십대때 읽은 거고, 최근에 읽은 작품으로는 『얼음나무 숲』이 있어요.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우정보다는 사랑의 냄새가 더 진하게 맡아져서 읽는 내내 간지러웠어요.
이게 어째 우정이야, 이건 사랑이야 사랑, 혼자 막 이렇게 궁시렁대며 흥분했었죠.

그러나, 이 모두 한 때의 감상이고, 지금 읽는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기도 해요.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좀 지루해서 건성으로 읽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