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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서 그림을 읽어보고 싶다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 10점
오주석 지음/솔출판사

  글을 잘 쓰려면 다작, 다독, 다상량하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뜻이죠. 근데 비단 글을 잘 쓰기 위해서만 이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닌 가 싶습니다.
 
  옛 그림을 잘 보기 위해서도,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 볼 것(다독), 작품 내용을 의식하면서 자세히 뜯어볼 것-작품 내용을 의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손으로 직접 있는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것임(다작), 그리고 오래 두고 보면서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할 것(다상량)이라고 하네요.
동양에는 서화일률의 오랜 전통이 있다고 하더니, 글을 잘 쓰는 것과 그림을 잘 보는 것에도 같은 방법이 적용되는가 봅니다.

  근데 제가 그림을 보다라고 말했는데, 우리의 옛 그림은 읽는다라고 해야 하더군요.
그건 우리 옛 그림에 깔린 기본 정서가 앞서 말했듯이 서화일률의 글씨와 그림은 한 가락이라는 전통이라 그림도 글을 읽듯이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림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새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림을 볼 때 시선의 처리입니다. 우리의 옛 글은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세로쓰기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림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가로쓰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의식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천 리의 먼 길을 다녀보고 만 권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건 그림을 잘 읽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하네요.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천 리의 먼 길을 다녀보고 만 권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우리의 수고로움을 덜어줍니다. 저자가 해박한 지식으로 그림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주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림을 읽는 건 감상자 각자의 몫이지만, 그림을 잘 읽지 못하는 저같은 초보자에게는 마치 난해한 책의 주해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는 글들이었습니다.

  예전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답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책에서 봤던 것을 제 눈으로도 보고 싶었지요.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를 읽고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에서 봤던 그림들 중 몇몇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고, 또 전시하고 있는 그림도 있더군요. 저자가 말한 것들을 새겨보면서 저자가 말한 그림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아는 것이 얕고 호기심이 적은 전, 최악의 박물관 관람객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아예 까막눈이었던 시절보다는 이 책을 읽은 지금은 감상자로서 조금 더 나은 태도를 보일 수 있겠지요. 사실 그렇게 되기를 저 스스로도 소원합니다.

  
  책을 읽고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들러 그림들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조금 의아한 점이 눈에 띄더군요. 그렇니깐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그림의 크기인데요. 그게 책에서 말한 크기와는 조금씩 다르더군요. 

  예를 들어 김명국의 <달마상>은 책에서는 83×58.2cm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박물관 홈페이지에서는 크기가 83.0×57.0이라고 되어 있고, 제가 제일 의아하게 여긴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책에서는 크기가 손바닥만하다고 하면서 23.4×15.7cm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박물관 홈페이지에서는 크기가 37.6×31.3cm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림들이 각각 크기에서 이렇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책에 있는 오자도 신고합니다. 152쪽을 보면 이상적이라는 인물소개에 그의 시는 섬세하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며 특히 현종도 애송했으므로 이라고 현종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인물의 생몰연대와 162쪽을 참고했을 때 헌종이라고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본 책은 개정판 1쇄입니다.

  오주석이 들려주는 옛 그림이야기에 빠졌더니, 책에서 읽은 옛 그림들을 순례하고 싶어졌습니다. 저자는 만약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소원하는 옛 그림을 한 점을 가질 수 있는 복을 준다고 하면 나는 <주상관매도>를 고르고 싶다,라고 하였는데, 이 가을 하늘이 제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한다면, 전 간송미술관에 가서 <시화상간도>를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