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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통영여행 - 사량도 가는 길

여행날짜 : 2013.10.03.~2013.10.04.

 

빈 속에 출발한 여행길,
통영종합터미널 하차장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베이컨 토마토 머핀 세트를 시켜 먹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T^T
햄버거의 쇠고기패티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메뉴였는데 커피와 해시포테이토, 머핀까지 합쳐 가격은 3,400원. 맥모닝 시간(새벽 4시~오전 10시 30분)이 고마웠다.

커피를 마시며 나보다 멀리서 오는 선을 여유롭게 기다리고자 했는데...
엥, 엥, 엥, 금방 왔네. 와, LTE급으로 빠르다, 흐흐.

처음 내가 10월 3일에 만나서 우리 경주 가지 않을래 했을 때 남해여행 갈 계획이 있다고 튕기던 선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해여행이 무산될 것 같다고, 사량도 지리산 옥녀봉에 가자고.
난 그러자 하면서도 내심 그럼 배는, 배는, 배는 대체 몇 시에 타야 되지, 배 시간 맞춰 움직이려면 몇 시에 일어나야 돼, 하면서 혼자 배 타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사량도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내겐 사량도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오전 9시 배는 타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구에서 내려와야 하는 선에게 오전 9시 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산 타기로 한 날보다 하루 앞서 섬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그 전날은 아침 일찍 만나 통영 시내를 돌아다녀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오랜 해외생활 끝에 국내여행이 낯선 선과 오랜 수험생활 때문에 국내여행이 낯선 나. 우리 둘은 국내여행지 어디나 초행길인데, 느긋한 여행을 즐기는 선과 달리 나는 이왕 가는 곳, 이곳저곳 놓치지 말고 되도록이면 아득바득 봐야 하는 욕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코스를 짜는 것은 주로 내 몫이고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3시 배를 타고 사량도에 가자는 큰 얼개를 짜놓고 나는 나머지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우짜가 먹고 싶다던 예전 선의 말을 기억해내고는 맛있다는 우짜집을 알아보고, 내가 가 보고 싶었던 동피랑 마을을 계획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동선에 관해서는 언제나 늘 그렇듯 책의 힘을 빌렸다.

통영.거제 가자 - 8점
신중숙 지음/TERRA(테라출판사)


그리하여 되도록 오전 일찍 만나,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유명한 미륵산을 등반하고(계획을 짤 당시만 해도 케이블카를 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전혁림 미술관에 들렀다가, 중앙시장 근처에 있다는 세병관, 동피랑 마을, 강구안을 둘러보고, 서호시장에 와서 우짜를 먹고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3시 배를 타고 사량도를 간다는 계획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후훗, 처음 이 계획을 선보였을 때, 강철같은 체력과 바람같은 다리를 가져야 다 볼 수 있을 거라던 친절한 이의 말이 맞았다. 이 계획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강철같은 체력, 바람같은 다리도 물론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정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대중교통이 필요했다. 근데 이번 여행은 첫 버스부터 애를 태우더니 끝내는 계획대로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되는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T^T

처음 맥도날드에서 선을 만날 때만 해도, 오전 9시 15분이라는 우리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에서 일정에 대해 의견 교환을 나누자, 시간은 벌써 10시. 여기서 우리는 계획에 없던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기로 결정하고 케이블카 하부역사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첫 여정을 내딛었건만, 10시 40분이 될 때까지 버스가 오지 않았다, 버스가... 귀중하디 귀중한 시간을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느라 40분을 날려버리고, 버스 배차 간격을 성토하며, 141번 버스를 타고 미륵산 케이블카 하부역사로 갔더니 오매, 사람이 왜 이리 많아. 

케이블카를 타려면 5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예정되어 있던 우리들의 계획은 휘리릭 휘발되고, 케이블카를 타고 빨리 미륵산 정상에나 갈 수 있기를 빌었다.


평소 사진찍기를 싫어하는 내 탓에 우리는 사진 찍을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에요라고 같이 사진 찍는 것을 사양하고는 했는데 미륵산 정상에서는 동반기념촬영을 하고(^-^), 터미널에서 사온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는, 재빨리 하산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은 2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우리에게는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3시 배를 타야한다는 다급함이 있었다.

용화사 근처 정류장에서 서호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버스 안에서 항남우짜를 가기로 결정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중앙시장에서 KB국민은행쪽으로 쭉 와서라는 말이 보여서, 우리는 중앙시장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론은 문화마당이었다. 항남우짜에 가는 길은 여러 개가 있겠지만, 버스를 타고 바로 간다면,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의 가운데 정류장인 문화마당에 내려서 찾는게 찾기 쉽다.

통영의 명물이라는 우짜의 맛은 아주 맛있어서 절로 감탄이 나오는 그런 맛은 아니고, 짜장도 먹고 싶고 우동도 먹고 싶은 사람의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만족시켜주는 바로 그런 맛이었다.
급하게 우짜를 먹고 아주머니께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길을 물어 길을 나섰을 때는 오후 2시 40분.

저 멀리 여객선 터미널이 보이고 우리는 미리 추천받은 터미널 근처에 있다는 일번지 할매김밥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한 마음이라 그런지 찾는 그 김밥집은 보이지 않았고, 시간은 다가오기에 우리는 그냥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풍화김밥이라는 집에 들러 충무김밥을 사 가기로 했다.

선이 김밥을 사는 동안 내가 표를 끊기로 하고 터미널로 달려가서 사량도 가는 배표를 달라 호기롭게 외쳤는데, 카운터에 앉아 계신 아저씨 두 분이 자꾸자꾸 배가 작아 불편하다고 딴지를 걸며 가오치선착장으로 가라고 하셨다.

내가 몇번이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사정했지만 표를 팔 생각이 없는 아저씨는 우리에게 표를 내주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강제로 가오치에서 5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게 되었다.ㅠㅠ 

아~ 진짜, 통영여객선터미널 관계자분, 손님 잡을 생각도 없으면서 왜 3시에 출발한다고 안내하셨나요? 흑흑 ㅜㅜ

여행 떠나기 전 미리 알아본 바에 하면 중앙시장에서 3시 50분에 가오치로 가는 670번 버스가 있기에 우리는 남는 시간을 보낼 겸 서호시장에서 중앙시장으로 이동했다. 해안을 따라 쭉 걸으니 저 멀리 거북선이 보이고, 그리고 더 멀리 세병관과 동피랑 마을도 보였다.

그러나 버스시간이 빠듯했던 우리는 섬에 들어가서 먹을 저녁 안주거리를 사고 남는 시간은 버스정류장에 앉아 버스 오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다. 그러나 3시 50분에 온다는 버스는 통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이러다 배 놓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때, 정류장에서 탈 버스를 안내해주시는 분께서 4시쯤 가오치행 버스가 오는데, 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하지 않는 이상 사량도행 배는 출발하지 않는다고 우리를 안심시켜 주셨다.

우연곡절 끝에 도착한 가오치 선착장. 가오치에서 배를 타자 그전에는 조금은 풀죽은 배추마냥 있던 선이 그제야 화사해졌다. 내심 배타는 걱정을 많이 했는지 배를 타고 나니 안심이 된다면서.^^ 

노심초사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마치 우리가 전세낸 것만 같은 한적한 선상에서 터미널에서 사온 충무김밥의 포장을 풀어 먹는데, 완전 꿀맛. 같이 마셨던 맥주도 이번 여행에서 두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었다.


김밥을 다 먹고 나니, 곧바로 섬에 도착. 아니 항해 시간이 이렇게 짧은 거였어하고 감탄하며, 우리는 배에서 내렸다.

내일은 사량도 종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항남우짜 가는 길

통영종합터미널에서 가든 미륵산에서 가든, 버스를 타고 간다면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사이에 있는 문화마당 정류장에서 내리는 게 좋다. 거기서 항남 5길이라는 표지판을 찾아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바이 더 웨이 뒤에 있는 하얀색 큰 건물인 조흥상호저축은행이 있는 길을 쭉 따라가면 그 블럭 끝에 밀양국밥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바로 그 뒷집이 항남우짜이다.

 

사량도 가는 길(시외버스를 타고 오는 경우)

통영종합터미널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정류장에서 가오치 선착장으로 가는 670번 버스를 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