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전한 정신/읽은 책

2013년 하반기에 읽은 책

몇 년 동안 아예 한 권도 안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읽는 것과는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고 있었더니, 점차 책 읽는 게 너무 버거워졌다. 글읽는 속도도 줄어들고, 내용 이해도도 낮아지고, 이에 비례해 독서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고.
그러다 어느날 문득 계속 이러면 정말 뇌가 딱딱하게 굳어지겠다 싶어,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일단 재미있다는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올 하반기에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보면,

1. 레드 브레스트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쁜 놈은 여전히 활보하며 다닌다. 그것도 공직세계의 책임감있는 자리에서.
친구가 재미있다며 이 시리즈를 추천해줬는데 레드 브레스트 다음 편을 읽지 않는 걸 보면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맘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2. 표해록
아이들이 읽기 쉽게 쓴 최부의 표해록의 축약본이다. 조선 성종때 선비 최부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제주도에서 뭍으로 나오다 폭풍우를 만나 명나라 시기인 중국 강남으로 흘러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물이다.
조선 선비의 눈으로 본 강남의 풍경이라는 소개말이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일때조차 희망을 잃지 않고,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의 상황을 넘기기 위해 보신을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두 개다 막상 닥치면 어려울텐데, 이것을 해내는 걸 보고 나도 본받고 싶었다.

3. 외딴집
모방범 이후 미미여사의 책을 읽기 버거워하는 내게 그래도 에도시리즈는 좀 달라하며 친구가 내게 추천해준 책. 이 책 이후 계속 미미 여사의 책을 읽게 되었다.

4. 얼간이, 하루살이, 진상
얼치기 무사 헤이시로와 그의 미모의 조카 유미노스케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
이야기의 시간 상 순서가 얼간이, 하루살이, 진상으로 연결되는데, 세 개의 작품 중에서는 진상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미미여사가 말하는 에도 시대의 인정이 내 마음에도 와 닿는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서로서로 협력하는 사람들, 아 좋아좋아.ㅠㅠ
에도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를 가르치는 여선생님, 남자아이와 같이 여자아이들도 서당에 글을 배우러 다니고, 맞벌이 하는 부부는 반찬가게에서 음식을 사 먹고,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고, 과부가 재혼을 하는 이런 풍경은 오히려 현대의 우리 풍경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하이디
알프스 소녀 하이디라는 말만 들었지 정작 그 내용은 하나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책으로 읽게 되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스위스의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몽유병을 앓게 된 하이디의 심정이 이해가 같달까.

6. 파워클래식
내년에 내가 읽게 될 첫 책은 아마 총, 균, 쇠가 되지 않을까?

7. 피로사회
내가 나 자신을 착취한다라...

8. 솔로몬의 위증
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미여사의 책이자, 올해 읽은 마지막 책.
아직 3권을 읽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 그렇지만, 그래도 모방범보다는 읽기 편했다.
그래 죽는 이야기는 보다는 사는 이야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