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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정신/밑줄긋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21세기 자본

저자
토마 피케티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 | 2014-09-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피케티 신드롬’, 한국에 상륙하다!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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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이론적 틀이나 통계적 분석 없이도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부와 소득에 관해 직관적인 지식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지식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확실히 오류를 범하는 일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나 문학작품, 특히 19세기 소설들은 다양한 사회집단의 상대적 부와 생활수준, 불평등의 심층적인 구조와 그에 대한 정당화, 그리고 불평등이 각자의 삶에 대해 지니는 함의에 관한 상세한 정보로 가득하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과 오노레 드 발자크는 1790년에서 1830년 사이 영국과 프랑스의 부의 분배에 관한 놀라운 모습들을 그려냈다. 두 소설가는 각자의 사회에 나타난 부의 계층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부의 비밀스러운 형세를 파악했으며, 그것이 필연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에, 그들의 결혼 전략 및 개인적인 희망과 낙담에 미칠 영향을 인식했다. 그들은 어떤 통계적 분석이나 이론적 분석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실하게, 그리고 현실을 환기시키는 힘을 가지고 불평등의 함의를 드러내 보여준다.(pp.8~9)


그러고 보니 그때 파란색 하드커버의 16절판 책이 몇 권 있었고, 거기서 처음으로 발자크라는 이름을 읽었던 일이 기억이 난다. 발자크 생존 당시 독일어로 나온 책이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집어들었던 순간과 당시 내가 그를 얼마나 이해하지 못했던가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 책들 중 하나를 읽기 시작했는데, 거기에는 주인공 남자의 재산현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다달이 자산에서 얻는 수입이 얼마이며, 모친의 유산이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상속받게 될 유산의 전망이 어떠하며, 채무는 얼마나 있는지 등 말이다. 얼마나 실망스러웠던지! 나는 열정과 함정, 거친 땅들을 여행하는 모험이나 금지된 사랑의 달콤함 경험 따위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커녕 생판 알지도 못하는 웬 젊은 남자의 주머니 사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니!(pp.150~151,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중에서)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처음 발자크를 접한 소년 헤세는 이렇게 발자크에 실망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에서 이 구절을 봤을 때 정말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건 아마 내가 그 전날 토마 피케티의 책에서 발자크에 관한 저 글을 봤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 같다.

'아니, 발자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