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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스테프니 메이어의 『뉴문』


뉴문 - 8점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북폴리오

"그러다 내가 너무 나이 들면?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네 엄마나 할머니라고 생각하게 되면 어떡할 거야?"
 섬뜩한 생각을 하니 목소리가 떨려왔다. 꿈에서 봤던, 거울에 비친 할머니의 얼굴이 또다시 떠올랐다.
 이제 그는 완연히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 뺨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었다. 그의 숨결이 부드럽게 뺨에 닿았다.
"그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 넌 언제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일 테니. 물론……."
 에드워드는 약간 몸을 움찔하며 망설였다.
"네가 나보다 성장해서, 더 발전적인 관계를 원하게 된다면 난 얼마든지 이해할 거야, 벨라. 네가 나를 떠나고 싶어질 땐, 절대로 막지 않겠다고 약속할게."(p.568)

솔직히 말해, 내가 벨라라면, 이 정도에서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건 포기한다.

넌 언제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고, 너 없인 나도 살지 않을 작정이라는 애인을 두면, 나 굳이 뱀파이어가 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이렇게 살다 가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벨라는 뱀파이어가 되겠다고 우긴다. 그녀는 왜 이렇게 계속 고집을 부릴까?
『트와일라잇』을 읽을 때만 해도,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를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문』을 읽은 지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건, 자기 자신 때문이다.
겉모습이 젊고,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자기가 뱀파이어가 되어야만 별볼일 없는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고, 에드워드의 옆에 섰을 때 꿀리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뱀파이어의 남모를 고충도 귓등으로 듣고, 강렬한 햇빛이 반짝이는 밝은 곳에 사는 엄마를 보는 게 힘들게 되어도, 뱀파이어를 원수로 여기는 좋은 친구인 늑대인간 제이콥을 잃게 되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래 자신이 빛나 보이고 싶다는 욕구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이제 난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든, 말든 상관않기로 했다.

다만 예쁜 친구인 제이콥에게 민폐나 끼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널 좋아하는 제이콥에게 희망고문이나 하지마, 이 아가씨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