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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

악마의 공놀이 노래 - 10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처음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땐, 왠지 모를 으스스함에 채 2페이지도 읽지 않고 책을 덮었는데,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도 않고, 한 장, 한 장 넘겨 읽어 갔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음산한 제목, 귀수촌(鬼首村)이라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소름돋는 지명도, 일본 추리 소설을 읽을 때 종종 느껴지는 특유의 축축한 음습함도, 이번에는 이 책을 읽는 나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까지 다 읽고 나서는, 마지막에 홀로 남은 사람이 완전한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슬픈 일을 겪었는데, 그래도 누군가가 네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몹시도 힘들고, 슬픔을 견디기 벅차겠지만, 그래도 굳세게 살아가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무고한 사람들이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비극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이야기 마무리에 말해준 온정 하나가 소설을 읽는 동안 차갑게 식은 몸을 데워주었다. 그나마 다행이야 라는 안도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