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적

설득

설득 (BBC 제인 오스틴) - 8점
애드리안 셔골드 감독, 샐리 호킨스 외 출연/아인스엠앤엠(구 태원)

엘리엇가의 둘째 딸 앤은 8년 전 19살 때, 젊고 매력적인 해군장교인 프레데릭 웬트워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가 지위도 돈도 없고 장래도 불안하다는 집안의 반대에 설득당해 파혼을 하고, 지금은 그와의 사랑을 가슴에 간직한 채, 혼기를 놓친 노처녀가 되어 아버지와 역시 미혼인 그렇지만 집안의 여주인 노릇을 하는 언니 엘리자베스의 냉대를 받으며 시들하게 살아가고 있다.

품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준남작의 지위를 가진 얼굴만 반듯한 앤의 아버지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생활로 빚에 시달리다, 빚을 갚는 특단의 방법으로 내키지는 않지만 현재 살고 있는 켈린치홀을 임대하기로 하는데, 하필 임차하는 사람이 앤의 약혼자였던 웬트워스의 누나 부부인 크로포트 제독 내외이고, 이에 앤은 후회스러운 과거와 맞닥뜨리게 된다.

신문을 통해 엔트웨스가 함장이 되어 많은 돈을 모은 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앤은 그 정도 능력이면 그가 혼자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결혼을 했을까, 부인과 같이 올까, 아이들은 있을까를 상상하며, 그와는 재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영원히 행복할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걸 상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니 엘리자베스와 아버지가 켈린치홀과는 멀리 떨어진 바스로 이사가는 날, 앤은 결혼한 동생 메리의 요청으로 메리가 있는 켈린치와 가까운 어퍼크로스에 간다. 계급을 중시하며, 지위에 따라 사람을 사귀는 엘리엇가와는 달리 인간적인 훈훈함이 먼저인 메리의 시댁 머스그로브가는 이웃인 크로포트 제독을 만찬에 초대하고, 이에 두 집안이 교류하면서, 앤은 엔트워스가 켈린치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재회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앤을 냉대하는 교만한 언니 엘리자베스는 한 대 때려주고 싶었고, 앤의 아버지는, 휴우~ 그냥 말을 말자.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은 무시하는 동생 메리는 기품이 없어 보인다가 아니라 아예 상스러워 보여,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고, 앤이 자기를 차버렸다고 앤을 무시하며 머스그로브가의 자매들에게 방실방실 웃어대는 엔트워스는 잘생겨서 그마나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에휴우~

자신의 상처만 생각하기에 배려깊고 다정한 앤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 엔트워스. 엔트워스 이 놈아, 앤은 아직 널 좋아하고 있단 말이야. 앤은 너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 애쓰고 있는데, 너는 어째 앤을 비난만 하냐. 이 속좁은 남자야.ㅠㅠ

그리고 앤. 앤은 언니와 아버지에게는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자기 집이라도 있을 곳이 없고, 승승장구 잘나가는 열등감만 느끼게 하는 사랑하는 연인은 심지도 여리고 줏대도 없다고 자기를 비난하기만 하여, 둘이 잘 될 희망을 손톱만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엔트워스가 다른 여자랑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편지를 읽고 절망한 앤이 우는 장면을 볼 때는 내 마음이 다 미어졌다.ㅠㅠ


설득은 오래전에 책을 한 번 읽었는데, 첫 느낌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다가, 영화를 보고 다시 책을 읽으니, 이해도 잘 되고, 처음 읽었을 때 놓친 것도 보고, 영화랑 비교하는 재미도 있어 더욱 좋았다.

책이 원작인 영화를 볼 때는 조금 실망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었고, 또 책속의 앤보다는 영화속의 앤이 좀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아 맘에 들기도 했고, 더구나 엔딩 장면. 엔딩 장면은 영화속의 장면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흠을 잡지도 못하겠다. 특히 앤의 언니를 생각하면 꼬시다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만족.

참고로 난 군인의 월급이 얼마가 되기에 해군에 복무하여 재산을 모았는가 궁금했는데, 이 시기가 바로 영국과 프랑스가 한창 파지직 불꽃이 튀며 으르렁거리던 시대, 그러니깐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이 있었고, 영국 군함이 프랑스 배들을 상선, 군함 할 것 없이 나포하던 시대라는걸 이번에 알았다. 이긴 자가 다 가져가는 시대니깐, 많이 이길수록 돈을 많이 모을 수 밖에.

결론은 엔트워스, 진짜 능력있네. 스페인 금화가 잔뜩 있다는데...




<이 책을 읽고 떠올린 책>

테메레르 - 왕의 용 - 8점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노블마인

첫 장면에서 프랑스 배를 포획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대 배경도 비슷.

혼블로워 1 - 8점
C.S. 포레스터 지음, 조학제 옮김/연경문화사(연경미디어)


설득을 읽고, 영국 해군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봐야지. 
영국 해군 사관후보생에서 시작 해군 제독이 되는 혼블로워 이야기.
이 책도 또한 시대 배경이 비슷.